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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주택 A to Z ① 공장에서 짓는 집은 어디서 왔는가 — 개념과 120년의 계보

2026년 6월 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모듈러 주택 시장 진출을 알렸습니다. 가전 회사가 집을 팔겠다는 뉴스에 '모듈러'라는 낯선 단어가 갑자기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공장에서 집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자체는 100년이 넘은 계보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 시어스의 카탈로그 주택 7만 5천 채, 영국 전후 프리팹 15만 6천 채, 일본 프리패브 누적 1,000만 호 — 공식 기록으로 확인되는 모듈러 주택의 개념과 역사를 3부작의 첫 편으로 정리합니다.

주요 내용 요약

  • 모듈러 건축의 표준 정의는 "건물을 공장 등 통제된 환경에서 현장 외 제작(off-site)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미국 모듈러빌딩협회 MBI). 핵심은 '어디서 만드는가'이지, 특정한 건물 유형이 아닙니다.
  • 미국 코드기관 ICC 계열의 정의가 이를 압축합니다 — "모듈러는 건축의 방법(method)이지, 구조 유형이나 용도 분류가 아니다." 주택뿐 아니라 병원·학교·호텔·데이터센터에도 쓰이는 공법입니다.
  • 계보는 깁니다. 1908~1942년 미국 시어스(Sears)는 카탈로그로 약 7만 5천 채의 조립 주택을 팔았고(미국 주택도시개발부 HUD 정책연구국), 영국은 전후 주택난에 1945~1949년 15만 6천여 채의 프리팹 주택을 지었습니다(Historic England).
  • 일본은 1963년 정부 주도로 프리패브건축협회를 세웠고, 세키스이는 1971년 공정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끝내는 '유닛 공법'을 시작했습니다. 협회 집계 누적 공급량은 1,000만 호를 넘습니다.
  • 2026년의 한국 — 삼성전자·LG전자의 시장 진출과 국회의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 발의(2025년 12월)가 겹치며, 이 오래된 공법이 새 국면으로 들어왔습니다.
  • 이 글은 '모듈러 주택 A to Z' 3부작의 첫 편입니다. ②편에서 종류와 공법을, ③편에서 품질·인증과 시장 데이터를 다룹니다.

2026년 6월 말, 국내 가전 양사가 나란히 '집'을 들고나왔습니다. 삼성전자는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손잡고 'AI 모듈러 홈'을 공개했고, LG전자는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가전 회사가 집을 판다는 소식과 함께 '모듈러'라는 단어가 갑자기 뉴스 경제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처음 접한 독자일수록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듈러 주택은 삼성과 LG가 발명한 것도, 최근에 등장한 신기술도 아닙니다. 공장에서 집을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한다는 발상은 100년이 넘는 계보를 갖고 있고, 그 계보를 알아야 지금 벌어지는 일 — 왜 하필 가전 회사가, 왜 하필 지금 — 이 제대로 읽힙니다. 이 글은 공식 기관의 기록만으로 그 계보를 따라갑니다. 3부작의 첫 편으로, 개념과 역사를 다룹니다.

## 정의부터 — 모듈러는 '건물 종류'가 아니라 '짓는 방법'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정의는 미국 모듈러빌딩협회(MBI, 1983년 설립, 20여 개국 650여 회원사)의 것입니다. "모듈러 건축은 건물을 현장 밖의 통제된 공장 환경에서 제작한 뒤, 최종 위치에서 조립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첫째, 기준은 '어디서 만드는가'입니다. 벽·바닥·천장이 완성된 방 단위 박스를 공장에서 만들어 오든, 벽체 패널을 만들어 오든, 현장 밖(off-site)에서 상당 부분을 제작했다면 이 계열의 공법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모듈러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탈현장 건설(OSC, Off-Site Construction)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둘째, 모듈러는 건물의 종류가 아닙니다. 미국 건축 코드를 사실상 관장하는 ICC(International Code Council) 계열 인증기관은 이렇게 못박습니다 — "모듈러 건축은 건축의 방법이지, 구조 유형(Type)이나 용도 분류(occupancy)가 아니다." 목조로도 철골로도 콘크리트로도 지을 수 있고, 주택·병원·학교·호텔·데이터센터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듈러 = 작은 조립식 집'이라는 통념은 이 지점에서 이미 틀립니다.

💡 '이동식 주택'과 혼동하지 마세요 모듈러 주택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미국의 mobile home(현행 명칭 manufactured home)과의 혼동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규제를 받는 별개의 산업입니다. 매뉴팩처드 홈은 영구 섀시(바퀴 달린 하부 구조) 위에 얹혀 연방 HUD 코드의 적용을 받는 반면, 모듈러 주택은 일반 건축물과 같은 주(州) 건축 코드로 인허가·검사를 받습니다(미국 주택도시개발부 HUD). 즉 모듈러는 '바퀴 달린 임시 거처'가 아니라, 제작 장소만 공장일 뿐 법적으로는 일반 주택과 같은 기준의 건축물입니다. 한국에서 컨테이너하우스·농막과 모듈러 주택을 한 묶음으로 부르는 습관도 같은 종류의 혼동입니다.

## 계보 ① 카탈로그로 집을 팔던 시대 — 미국 기록상 가장 이른 사례는 1600년대로 올라갑니다. 미국 모듈러빌딩협회의 산업사 기록에 따르면, 식민지 시대 미국으로 이주한 어부가 영국에서 만든 조립식 주택을 배로 싣고 왔고, 1849년 골드러시 때는 뉴욕에서 제작된 조립 주택 500여 채가 캘리포니아로 운송됐습니다. 산업으로서의 출발은 카탈로그 판매였습니다. 1908년부터 1942년까지 시어스(Sears)는 'Modern Homes' 프로그램으로 약 400개 디자인의 조립 주택 키트를 카탈로그로 팔았고, 판매량은 약 7만 5천 채에 이릅니다(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정책연구국 PD&R). 목재가 치수대로 재단되고 번호가 매겨진 채 기차로 배송되면, 구매자가 도면대로 조립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주택들 중 일부는 지금도 남아 미국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등재돼 있습니다 — 100년을 버틴 '조립식 집'인 셈입니다. 2차대전은 이 공법을 대량생산 체제로 밀어 넣었습니다. 군 막사와 군용 주택이 조립식으로 공급됐고, 전후에는 그 생산 방식이 민간 주택 단지 건설로 이어졌습니다.

## 계보 ② 전쟁이 만든 15만 채 — 영국 영국의 프리팹 역사는 더 극적입니다. 2차대전 폭격으로 20만 채가 넘는 주택이 파괴되자, 영국 정부는 1944년 임시주택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1945년부터 1949년 사이에 15만 6,623채의 프리팹 주택을 공급했습니다(영국 정부 유산기관 Historic England). 침실 2개, 주방, 욕실, 정원이 딸린 단층 주택 — 당시로서는 수세식 화장실과 냉장고까지 갖춘, 오히려 평균 이상의 주거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뒤입니다. 이 프리팹들은 애초 10년 수명의 임시 주택으로 설계됐지만, 일부는 반세기 넘게 사람이 살았고, 버밍엄의 프리팹 16채는 1998년 문화재(Grade II)로 지정됐습니다. '임시 조립 주택'이라는 이미지와 '문화재가 된 실물' 사이의 간극 — 프리팹·모듈러를 따라다니는 저품질 이미지가 어디서 왔고, 왜 절반만 맞는 이야기인지를 이 사례가 보여줍니다. 영국은 이후에도 국가 차원에서 이 공법을 끌고 갑니다. 2019년 정부(주택·지역사회부)가 현대적 건설 방법(MMC, Modern Methods of Construction)의 공식 분류 체계를 발표했고, 같은 해 의회 위원회는 연 30만 호 주택 공급 목표를 위해 "상당 비율은 MMC로 지어져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 분류 체계는 ②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계보 ③ 누적 1,000만 호 — 일본 산업화의 완성형은 일본입니다. 전후 주택 부족을 겪던 일본은 1963년 통상산업성과 건설성 공동 소관으로 프리패브건축협회를 설립하며 정부 주도로 이 산업을 키웠습니다. 협회 집계로 설립 이래 일본의 프리팹 주택 누적 공급량은 1,000만 호를 넘습니다(단독주택 460만 호, 저층 집합주택 350만 호, 중·고층 190만 호 — 프리패브건축협회, 2019년 3월 말 기준). 기업 쪽 이정표는 세키스이입니다. 세키스이화학은 1960년 조립 주택 시제품 '세키스이하우스 모델A'를 내놓았고, 1971년에는 '세키스이하임' 브랜드로 유닛 공법 — 방 단위 3차원 유닛을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쌓는, 오늘날 볼류메트릭 모듈러의 원형 — 의 본격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공정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끝내는 방식입니다(세키스이화학 공식 연혁). 참고로 1960년의 주택사업부는 같은 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오늘날의 세키스이하우스가 됐고, 세키스이하임(세키스이화학)과는 별개 회사로 각자 성장했습니다. 일본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프리팹·모듈러가 '싸구려 임시 주택'이 아니라 국가 주택 공급의 주력 공법이 될 수 있고, 반세기 넘게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실물로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 모듈러·프리팹 주택의 계보 (공식 기록 기준) | 시기 | 국가 | 사건 | 규모(출처) | | 1908~1942 | 미국 | 시어스 카탈로그 주택 | 약 7.5만 채 (HUD PD&R) | | 1945~1949 | 영국 | 전후 임시주택 프로그램 | 156,623채 (Historic England) | | 1963 | 일본 | 프리패브건축협회 설립 | 정부 공동 소관 | | 1971 | 일본 | 세키스이하임 유닛 공법 개시 | 공장 공정 80%+ (세키스이 연혁) | | ~2019 | 일본 | 프리팹 주택 누적 공급 | 1,000만 호+ (프리패브건축협회) | | 2019 | 영국 | 정부 MMC 공식 분류 발표 | 7개 카테고리 (MHCLG) | | 2025.12 | 한국 | 모듈러 특별법 발의 | 의안번호 2215818 (국회) | | 2026.6 | 한국 | 삼성·LG 모듈러 주택 진출 | 각사 발표 |

## 그래서, 왜 지금 한국인가 100년 된 공법이 2026년 한국에서 갑자기 조명받는 이유는 뉴스의 화려함이 아니라 구조적 숫자에 있습니다. 국회에 발의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안'(2025년 12월 31일 발의)의 제안이유가 그 숫자를 직접 인용합니다 — 국내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90%가량 증가하는 동안, 건설업 생산성은 오히려 30% 이상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건설 현장의 인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안전 규제 강화, 공사비 상승이 겹치면서, '현장에서 짓는' 방식 자체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모듈러는 이 문제에 대한 제조업의 대답입니다. 정부(국토교통부)는 모듈러 공법이 기존 공법 대비 공사 기간을 20~30% 단축하고, 고소 작업을 줄여 안전성을 높인다고 설명합니다. 집 짓기를 '건설 프로젝트'에서 '제조·조립 프로세스'로 바꾸는 것 — 여기에 가전 회사가 들어올 틈이 생깁니다. 공장 생산, 품질 관리, 대량 유통, 그리고 AI 가전과의 통합은 원래 제조업, 그중에서도 가전 회사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삼성·LG의 진출은 그래서 '가전 회사의 외도'가 아니라, 건설의 제조업화라는 큰 흐름 위에 놓인 수순에 가깝습니다. 두 회사가 각각 무엇을 내놓았는지는 이 시리즈의 별도 분석편에서 다룹니다.

▶ 이 글에서 기억할 것 — 모듈러를 처음 접하는 분을 위한 정리 □ 모듈러는 '건물 종류'가 아니라 '짓는 방법'이다 —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 □ 이동식 주택(mobile home)·컨테이너하우스와는 규제와 품질 기준이 다른 별개 개념이다 □ 미국(시어스 7.5만 채)·영국(전후 15.6만 채)·일본(누적 1,000만 호+)의 검증된 계보가 있다 □ 일본은 프리팹을 국가 주택 공급의 주력 공법으로 반세기 운영해 왔다 □ 한국은 2025년 말 특별법 발의 + 2026년 삼성·LG 진출로 새 국면에 들어섰다 □ 배경은 건설업 생산성 문제 — 집 짓기의 '제조업화'가 본질이다

공장에서 집을 만든다는 발상은 새롭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은 그 발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환경 — 건설 인력의 고령화, 생산성의 역주행,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온 AI입니다. 120년의 계보는 이 공법이 유행이 아니라 검증된 선택지임을 말해주고, 2026년의 뉴스는 한국이 이제 그 선택지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음을 말해줍니다. 다음 편(②)에서는 실무에서 바로 쓰이는 분류를 다룹니다. 볼류메트릭과 패널라이즈드, 영구 모듈러와 이동형, 영국 정부의 MMC 7개 카테고리 — '모듈러'라는 한 단어 안에 숨어 있는 서로 다른 상품들을 구분하는 법입니다. 데이터는 가설을 세우는 도구이고, 가설은 현장이 검증합니다. 모듈러의 현장 검증은 이미 세 대륙에서 100년째 진행 중입니다. --- 참고 자료 (공식 소스) 1. Modular Building Institute — 모듈러 건축 정의 (modular.org) 2. U.S. HUD — Manufactured Home vs Modular 규제 구분 (hud.gov) 3. ICC NTA — "모듈러는 공법이지 유형이 아니다" (icc-nta.org) 4. U.S. HUD PD&R — Sears Modern Homes 1908~1942, 약 75,000채 (huduser.gov) 5. Modular Building Institute — 모듈러 건축의 역사 (1600년대~현재) 6. Historic England — 영국 전후 프리팹 156,623채·문화재 지정 기록 7. UK MHCLG — Modern Methods of Construction 정의 프레임워크 (2019) 8. UK 하원 주택·지역사회위원회 — MMC 보고서 (2019) 9. 일본 프리패브건축협회 — 1963년 설립, 누적 1,000만 호+ 공급 통계 10. 세키스이화학 공식 연혁 — 1960 모델A, 1971 세키스이하임 유닛 공법 11. MDPI Encyclopedia(학술) — 일본 프리팹 주택 산업사 (2024) 12. 대한민국 국회 —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안 (의안번호 2215818, 2025.12.31 발의) 13. 국토교통부·정책브리핑 — 모듈러 정의·공기 단축 효과·인증제 설계 (korea.kr) ※ 시의성 앵커: 한겨레 「삼성·LG 모듈러 주택 진출」 보도(2026.6월 말) 및 각사 공식 발표. 3부작 전체의 통합 소스 목록은 ③편 말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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