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로 돌아가기
트렌드12분 분 읽기

모듈러 주택 A to Z ② '모듈러'라는 말 안에 숨은 서로 다른 상품들 — 종류와 공법

박스째 만들어 오는 집과 벽체만 만들어 오는 집, 영구 건축물과 이동형 건물, 목조와 철골과 콘크리트 — 시장에서는 이 전부가 '모듈러'라는 한 단어로 불립니다. 그러나 계약자 입장에서 이 구분은 가격, 품질, 인허가, 그리고 나중에 팔 때의 가치까지 가르는 실질적인 차이입니다. 미국 MBI·ICC의 공식 분류, 영국 정부의 MMC 7개 카테고리, 싱가포르의 DfMA·PPVC 개념을 기준으로 '모듈러'를 상품 단위로 구분하는 법을 정리합니다. 3부작의 두 번째 편입니다.

주요 내용 요약

  • '모듈러'는 단일 상품이 아닙니다. 국제 표준(ICC/MBI 1200·1205)은 크게 볼류메트릭(방 단위 3차원 박스를 공장 제작)과 논-볼류메트릭(벽체 등 2차원 패널을 공장 제작)으로 나눕니다.
  • 용도 기준으로는 영구 모듈러(PMC)와 이동형 건물(RB)이 다른 상품입니다. 전자는 일반 건축물과 같은 내구연한을 목표로 하고, 후자는 반복 이동을 전제로 한 임시 시설입니다(MBI).
  • 영국 정부(MHCLG)는 2019년 현대적 건설방법(MMC)을 7개 카테고리로 공식 분류했습니다 — 공장 제작의 정도를 따지는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면 정확합니다.
  • 구조 재료도 갈래가 있습니다. 국내 사례로 보면 목조(공간제작소·자이가이스트), 철골(현대엔지니어링 용인영덕 13층),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결합(LH 의왕초평 22층)이 모두 '모듈러'로 불립니다.
  • 소비자 관점의 핵심 질문은 셋입니다 — 공장에서 어디까지 만들어 오는가, 영구 건축물인가, 구조 재료가 무엇인가. 이 세 답이 가격과 품질과 인허가를 결정합니다.
  • 이 글은 '모듈러 주택 A to Z' 3부작의 두 번째 편입니다. ③편에서 품질·인증과 시장 데이터를 다룹니다.

①편에서 모듈러가 '건물 종류'가 아니라 '짓는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이 100년 넘는 계보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편은 실무의 영역입니다. 전원주택 상담 현장에서 '모듈러'라는 말은 목조 조립 주택에도, 철골 박스 유닛에도, 심지어 컨테이너하우스에도 붙어 다닙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가격은 몇 배씩 차이 나고, 인허가 경로도, 20년 후의 상태도 다릅니다. 단어가 아니라 분류를 알아야 상품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기준은 이미 있습니다. 미국의 코드 표준, 영국 정부의 분류 체계, 싱가포르의 정책 용어 — 모듈러 산업이 앞서간 나라들이 만들어 둔 공식 분류를 따라가면, '모듈러'라는 한 단어가 최소 세 개의 축으로 쪼개집니다.

## 축 ① 공장에서 '어디까지' 만들어 오는가 — 볼류메트릭 vs 패널라이즈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구분입니다. 미국 ICC(International Code Council)와 모듈러빌딩협회(MBI)가 2021년 공동 제정한 오프사이트 건설 표준(ICC/MBI 1200·1205)은 모듈러를 두 방식으로 나눕니다. 볼류메트릭(volumetric, 3D)은 벽·바닥·천장을 갖춘 방 단위의 6면체 유닛을 공장에서 통째로 만들어 현장에서 쌓고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배관·전기·마감·설비까지 공장에서 끝내고 오는 비율이 높을수록 현장 공정은 조립과 접합부 처리로 줄어듭니다. 싱가포르 건설청(BCA)이 쓰는 PPVC(Prefabricated Prefinished Volumetric Construction)라는 용어가 이 방식의 완성형을 가리킵니다 — '내장 마감까지 끝낸(Prefinished) 3차원 모듈'. 패널라이즈드(panelized, 2D)는 벽체·바닥판 같은 평면 부재를 공장에서 만들어 와 현장에서 입체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운송이 쉽고 설계 자유도가 높은 대신, 현장 공정이 볼류메트릭보다 많이 남습니다.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좁은 진입로의 전원주택 부지라면 대형 박스 유닛의 운송·크레인 조건이 제약이 되고(패널라이즈드가 유리), 반복되는 평면의 기숙사·호텔이라면 볼류메트릭의 공기 단축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부지와 용도가 방식을 고릅니다.

## 축 ② 영구 건축물인가 — PMC vs 이동형 건물 두 번째 축은 건물의 수명 설계입니다. MBI는 산업을 두 세그먼트로 공식 구분합니다. 영구 모듈러(PMC, Permanent Modular Construction)는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장기 사용을 전제로 설계·시공되는 쪽입니다. 목재·철골·콘크리트를 쓰고, 병원·학교·호텔·공동주택에 적용되며, 완공되면 외관과 성능에서 현장 시공 건물과 구분이 어렵습니다. 이동형 건물(RB, Relocatable Buildings)은 반대로 수개월~수년 단위의 임시 사용과 반복 이설을 전제로 만듭니다. 임시 교실, 현장 사무소, 분양 사무소가 여기 속합니다. 이 구분이 소비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모듈러 주택'을 표방하는 상품 중에는 사실상 RB 계열의 설계 사상 — 가볍게, 싸게, 옮길 수 있게 — 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임시 시설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30년 살 집이나 자산 가치를 기대하는 세컨드하우스로 산다면 다른 상품을 산 것입니다. 계약 전에 "이 상품은 영구 건축물 기준으로 설계·인증된 것인가"를 묻는 이유입니다.

📊 영국 정부(MHCLG)의 MMC 7개 카테고리 (2019 공식 분류) | 카테고리 | 내용 | 비고 | | 1 | 3차원 구조 시스템 사전제작 | 볼류메트릭 모듈러 | | 2 | 2차원 구조 시스템 사전제작 | 패널라이즈드 | | 3 | 비체계적 구조 부재 사전제작 | 기둥·보 등 부재 단위 | | 4 | 적층 제조 | 3D 프린팅 건축 | | 5 | 비구조 조립체 사전제작 | 욕실 포드·설비 모듈 등 | | 6 | 현장 노동력 절감형 자재 | 대형 판재 등 | | 7 | 현장 공정 개선 | 장비·프로세스 혁신 | '공장에서 만드는 정도'가 100%와 0% 사이의 스펙트럼이라는 것 — 이 표의 메시지입니다. 볼류메트릭(카테고리 1)만 모듈러가 아니라, 욕실 포드 하나를 공장에서 만들어 와도(카테고리 5)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영국 의회는 2019년 보고서에서 연 30만 호 공급 목표를 위해 신축 주택의 상당 비율을 이 방법들로 지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 축 ③ 무엇으로 만드는가 — 목조·철골·콘크리트 세 번째 축은 구조 재료입니다. 국내에서 실제 지어진 사례로 보면 갈래가 선명합니다. 목조 —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공간제작소, GS건설의 자회사 자이가이스트가 이 계열입니다. 두 회사 모두 공장에서 공정의 약 80%를 끝내는 목조 프리팹을 표방합니다. 경량이라 운송·기초 부담이 작고 단독주택 스케일에 맞아, 전원주택 시장의 주력입니다. 철골 — 현대엔지니어링이 2023년 준공한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13층, 106가구)이 대표 사례입니다. 국내 최초로 모듈러에 3시간 내화 구조를 적용해 6층 이하에 머물던 국내 모듈러의 층수 한계를 깬 프로젝트입니다. 중층 이상의 공동주택·기숙사에 쓰이는 계열입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결합 — LH가 의왕초평에 짓고 있는 22층 381세대(2027년 7월 준공 예정)는 PC 라멘 구조와 모듈러를 결합한 국내 최고층 프로젝트입니다. 다만 이 사례는 순수 볼류메트릭 모듈러라기보다 PC 공법과의 하이브리드라서, '최고층 모듈러'라는 타이틀을 인용할 때 공법 구분을 함께 적는 것이 정확합니다. 재료의 선택은 취향 문제가 아니라 층수·내화·하중·유지관리의 문제입니다. 단독 전원주택이라면 목조가, 중층 이상이라면 철골·PC 결합이 현재 국내 시장의 실제 답안지입니다.

💡 컨테이너하우스는 모듈러 주택이 아닙니다 박스를 얹는다는 겉모습 때문에 가장 자주 섞이는 개념입니다. 모듈러 건축은 구조·설비·마감의 70~80% 이상을 공장에서 기성 완료하고, 건축법상 일반 건축물과 같은 구조·내화·단열 기준과 인증(공업화주택 인정제도 등)을 전제로 하는 공법입니다. 화물용 철제 컨테이너를 개조해 쌓는 방식과는 구조 안전, 단열 성능, 인허가 경로가 다릅니다. "모듈러니까 컨테이너 같은 거죠?"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는 판매자가 있다면, 그 상품이 어느 분류에 속하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 관련 개념 한 번에 — OSC, DfMA, 그리고 공업화주택 시장 자료를 읽다 보면 만나는 용어들을 계보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OSC(Off-Site Construction, 탈현장 건설)는 가장 넓은 우산입니다. 현장 밖에서 만드는 모든 방식 — 모듈러, PC, 패널 — 을 포괄하며, 국토교통부가 정책 용어로 채택해 쓰고 있습니다. DfMA(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는 설계 철학입니다. 싱가포르 건설청(BCA)의 정의로는 "공장 등 통제된 환경에서의 제조를 위해 설계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 즉 다 지어놓고 쪼개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공장 생산에 맞게 설계하는 접근입니다. 싱가포르는 정부 토지 매각 조건에 PPVC 적용을 걸고 용적률 보너스를 주는 방식으로 이를 강제·유도해 온, 정책 드라이브의 교과서 사례입니다. 공업화주택 인정제도는 한국의 기존 제도입니다. 주택법에 따라 공장 생산 주택의 성능·생산기준을 인정하는 제도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모듈러 특별법(2025년 12월 발의, 2026년 7월 현재 계류 중)은 여기서 더 나아가 생산 인증과 건축물 인증의 2단계 체계를 만들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도 이야기는 ③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 실전 — 상담 테이블에서 던질 세 가지 질문 분류를 아는 목적은 시험이 아니라 계약입니다. 모듈러 주택 상담에서 이 세 질문이면 상품의 정체가 대부분 드러납니다. 첫째, "공장에서 어디까지 만들어 옵니까?" — 구조체만인지, 설비·마감·가전까지인지. 공장 완성도가 높을수록 현장 변수(날씨·인력·품질 편차)가 줄지만, 운송과 크레인 조건이 까다로워집니다. 내 부지의 진입로 폭과 작업 공간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둘째, "이 상품은 영구 건축물 기준입니까?" — 구조 계산서, 내화·단열 성능, 적용 건축 기준을 묻는 질문입니다. PMC와 RB의 갈림길이고, 대출·보험·자산 평가에서 일반 주택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는지의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셋째, "구조 재료와 접합 방식은 무엇입니까?" — 목조인지 철골인지, 유닛 간 접합·방수·차음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듈러의 하자는 유닛 자체보다 유닛과 유닛이 만나는 접합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의 시공 디테일과 하자보수 조건이 계약서에서 확인할 핵심입니다.

▶ 모듈러 상품 분류 체크리스트 (상담 전 저장용) □ 볼류메트릭(3D 박스)인가, 패널라이즈드(2D 패널)인가 □ 공장 완성률은 어느 정도인가 (구조만 / 설비·마감 포함 / 가전까지) □ 영구 건축물(PMC) 기준으로 설계·인증됐는가, 이동형(RB) 계열인가 □ 구조 재료는 무엇인가 (목조 / 철골 / PC 결합) □ 컨테이너 개조 방식은 아닌가 □ 내 부지의 진입로·크레인 조건이 해당 방식의 운송·설치 요건에 맞는가 □ 유닛 접합부의 방수·차음·단열 처리 방식과 하자보수 조건을 확인했는가

'모듈러'라는 단어는 이제 분해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공장에서 어디까지, 얼마나 오래 쓸 건물로, 무엇으로 — 이 세 축의 답이 서로 다른 상품이 같은 이름으로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류가 서면 가격 비교가 서고, 가격 비교가 서야 판단이 섭니다. 다음 편(③)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기초편으로, "그래서 품질은 누가 보증하는가"를 다룹니다. 미국의 인증 체계, 한국의 공업화주택 인정제도와 계류 중인 특별법의 인증 설계, 그리고 시장 규모 통계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할 지점들 — 숫자의 성격까지 포함해서입니다. 데이터는 가설을 세우는 도구이고, 가설은 현장이 검증합니다. 모듈러에서 그 현장은 공장 견학과 준공 사례 방문입니다. --- 참고 자료 (공식 소스) 1. ICC/MBI 1200-2021·1205-2021 — 오프사이트 건설 표준, 볼류메트릭/논-볼류메트릭 구분 2. Modular Building Institute — PMC vs Relocatable Buildings 공식 정의 (2021) 3. ICC NTA — 모듈러는 공법이며 구조 유형·용도 분류가 아님 4. UK MHCLG — Modern Methods of Construction 7개 카테고리 정의 프레임워크 (2019) 5. UK 하원 주택·지역사회위원회 — MMC 보고서 (2019) 6. Singapore BCA — DfMA·PPVC 공식 정의 및 인센티브 제도 7. 국토교통부 — OSC(탈현장 건설) 정책 자료 및 모듈러 공법 활성화 발표 (2025.11) 8. 한국토지주택공사(LH) — 세종 5-1생활권 450세대·의왕초평 22층 보도자료 (2024~2025) 9. 현대엔지니어링 —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13층·내화 3시간 (2023 준공, 언론 교차확인) 10. 대한민국 국회 —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안 (2025.12.31 발의, 계류 중) 11. 자이가이스트(GS건설)·공간제작소 — 목조 프리팹 공장 완성률 관련 각사 발표 ※ 시의성 앵커: 한겨레 「삼성·LG 모듈러 주택 진출」 보도(2026.6월 말) 및 각사 공식 발표. 3부작 통합 소스 목록은 ③편 말미 참조.

인허가 & 부동산 최신 동향을 받아보세요

이상의 전문 컨설턴트가 맞춤형 상담을 제공합니다.

무료 가이드 받기